DAY 04작업 4일째
종이의 성질로 전투 규칙을 짰다
그림에만 있던 종이 세계 설정을 속성, 상태이상, 강화, 스킬 입력 같은 전투 규칙까지 이어지게 했다.
캐릭터와 배경은 종이 인형과 종이 무대로 그렸는데, 전투 규칙은 그렇지 않았다. 속성은 화·수·명·암, 상태이상은 출혈과 빙결, 장비는 강화 +10처럼 판타지 RPG에서 흔히 쓰는 이름과 규칙이었다. 그림은 종이 세계인데 시스템은 어느 게임에나 있을 법한 모양이라 세계관이 화면 위에서만 머물렀다. 시스템도 종이 세계의 성질에서 나오게 다시 짰다.
종이라서 생기는 규칙
세계의 전제를 하나로 정했다. 사람도 몬스터도 종이를 오려 만든 인형이다. 그러면 종이에게 일어나는 일이 곧 규칙이 된다. 타고, 젖고, 잉크가 번지고, 찢기고, 접히고, 구겨진다.
공격 성질 넷을 종이 성질로 정했다.
| 성질 | 거는 상태 | 상성 |
|---|---|---|
| 불 | 그을림(지속 피해) | 젖은 대상에게는 피해가 반으로 줄고 그을림이 꺼진다 |
| 물 | 젖음(느려짐) | 젖으면 불에 강해지고 찢김에 약해진다 |
| 잉크 | 번짐(받는 피해 +20%) | 젖은 대상에 묻으면 옆의 적에게 번진다 |
| 칼날 | 찢김(지속 피해) | 젖은 대상에게 피해 2배 |
성질 사이에 이유가 있는 상성이 생기자 조합도 생겼다. 물로 적신 뒤 칼날로 찢거나, 젖은 무리에 잉크를 묻혀 번지게 하는 식이다. 다른 시스템도 같은 방식으로 정했다. 장비는 종이를 한 겹씩 덧대어 두껍게 하는 덧대기(+N겹)로 강해지고, 분해는 장비를 잘라 종잇조각으로 만드는 재단, 몬스터 카드는 장비에 붙이는 스티커, 난이도는 보통, 두꺼운 종이, 판지가 됐다. 회피는 몸을 반으로 접는 접기, 쓰러졌다 일어나는 건 펼치기다.
커맨드 대신 접기 순서
스킬을 방향키 조합으로 쓰는 커맨드 입력도 종이 세계에서 나온 규칙으로 바꿨다. 스킬마다 접는 모양(산접기, 골접기, 말기)을 붙이고, 정해진 순서로 세 스킬을 이어 쓰면 종이학, 종이배, 종이비행기, 부채 같은 작품이 완성되며 짧은 버프가 붙는다. 스킬 창에서 작품마다 순서를 보여 준다. 손가락 기술보다 어떤 스킬을 어떤 순서로 쓸지 고르는 재미에 무게를 뒀다.
이름은 바꾸되 저장은 그대로
화면에 보이는 이름은 전부 바꿨지만, 저장 파일과 데이터에 쓰는 키는 그대로 뒀다. 불, 물, 잉크, 칼날은 안에서는 여전히 fire, water, light, dark다. 이미 만든 캐릭터 저장이 깨지지 않고, 데이터 생성기도 크게 손대지 않아도 됐다.
드문 장비와 특수 던전
반복해서 던전을 도는 이유도 세계 안에서 만들었다. 레어와 전설 사이에 에픽 등급을 두어 일반 던전에서는 아주 드물게 나오게 하고, 두꺼운 종이 난이도를 깨면 금박 초대장으로 들어가는 특수 던전 구겨진 서고를 열었다. 서고에는 정예가 많고 보스가 에픽 이상을 꼭 하나 떨어뜨린다. 좋은 장비가 떨어지면 종이 꽃가루가 흩날린다.
종이 세계라 생긴 장점도 있었다. 직업마다 그림이 고정이니 젖은 모습, 그을린 모습, 풀에 붙은 모습, 구겨진 모습, 접힌 모습을 미리 그려 둘 수 있다. 색을 입혀 흉내 내지 않고 그 상태의 포즈 그림으로 바꿔 끼운다.

감수한 것
이름이 낯설다. 출혈이나 빙결은 설명 없이도 알아듣지만, 찢김이나 풀칠은 한 번 읽어야 뜻이 들어온다. 대신 이름이 곧 규칙의 이유가 된다. 젖은 종이가 불에 강하고 칼에 약한 건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이 된다.